원전 홍보 준비하던 정부 곤혹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니….”
지난달 고리원전 1호기에서 12분간 전원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외교통상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원전의 안전 문제도 논의하는 대규모 정상회의 주최국에서 회의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이런 사고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열리는 이번 핵안보정상회의(26, 27일)에서는 핵테러 방지를 위한 ‘핵안보’ 외에 원전 등 핵시설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핵안전’이 새롭게 의제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참여국 정상들은 자연재해나 기술적 결함에 따른 방사능 위험을 막기 위해 정보 공유 등 국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욱이 정부는 정상회의에 앞서 부대 행사로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23, 24일)을 마련해 한국 원전의 안정성과 성능을 홍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참석하는 전 세계의 주요 원전기업 관계자 200여 명이 국내 원전 시설을 살펴볼 수 있도록 견학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한 한국으로선 막상 국내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도 책임자들이 한 달이나 쉬쉬했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상회의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15일 “최근 프랑스 남부의 한 원전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는 등 원전 관련 사고는 전 세계에서 지금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며 고리 원전 사고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핵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우고 결과적으로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