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테헤란을 가다 3信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포스터.
이란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올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도 받았다.
11세 딸을 둔 30대 여성 씨민은 이란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딸을 외국에서 교육받게 해야 한다며 이민을 주장한다. 중산층의 삶에 만족하는 남편은 이란에서 자식을 길러야 한다고 맞선다. 부부간 불화는 이혼 소송으로 이어지고 법정은 이혼을 허가한다. 영화는 소송 제기 후 판결이 나오기 전 아내가 친정으로 가 별거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요 줄거리다.
‘이란 엑소더스’는 청년층 실업과도 맞닿는다. 10일 여권을 위조해 서방세계로 밀입국 하려던 이란 출신 29세 유학생이 공항 당국에 적발됐다. 인도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그는 귀국 대신 덴마크와 캐나다로 몰래 가려다 붙잡혔다. 그는 체포 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이란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이란 교민은 “이란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실업률은 지난 10년간 14∼17%를 오가지만, 실질 실업률은 30%를 훌쩍 넘는다”고 전했다.
영화에는 오랫동안 빚을 지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남편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임신한 몸으로 치매 환자인 나데르의 아버지를 간병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저소득층이 겪는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사하르 씨(26·여)는 “씨민과 나데르 부부의 갈등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몰입해서 봤다”며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이란 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나 보수 강경파들의 생각은 다르다. “영화가 그린 이란 사회는 서양이 보고 싶어 하는 ‘왜곡된 이란’”이라는 게 반대의 요지다.
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