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올해 대입 재수생 최대 30% 감소한 12만 명 추정
《“재수학원마다 수강생 모집에 비상입니다. 대형학원은 그나마 좀 나은 편입니다. 중소형 학원이나 기숙학원 중 일부는 수강생이 지난해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준이에요.”(A재수학원 관계자)
재수생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재수전문학원들이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대입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수학원 등록자 수를 토대로 추정한 전체 재수생은 약 12만 명이다. 이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재수생 수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 재수생, 왜 줄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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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수시에 합격하면서 정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가 적었던 점도 재수생이 감소한 원인 중 하나. 수능 성적이 비교적 낮은 수험생들이 목표 이상의 대학에 상당수 합격하면서 재수의 필요성을 느끼는 학생이 적어진 것이다.
지방 고교의 한 진로진학부장교사는 “지난해 정시에서 일부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의 합격기준점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는 7점 이상 떨어졌다”면서 “반면 비인기학과는 오히려 합격기준점수가 올라간 곳도 있어 수험생들의 안정, 하향지원 경향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방송(EBS) 교재·강의 70% 연계 방침으로 ‘독학 재수생’이 늘어난 것도 재수학원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수능에서 EBS 연계문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EBS만 제대로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독서실이나 집에서 홀로 대입에 재도전하는 재수생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고졸자들의 취업지원 정책이 확대되면서 특성화고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취업을 선택한 것도 재수생 감소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입시전문가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무리하게 4년제 대학을 고집하기보다 전문대나 사이버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중하위권 수험생이 증가한 것도 재수생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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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재수학원들이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재수학원들은 2014학년도부터 대입제도가 바뀜에 따라 올해와 내년에 재수생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대비해 왔다. 특히 수도권 및 지방의 기숙학원 중 일부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재수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모집정원을 늘리고 시설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의 한 기숙학원 관계자는 “어느 기숙학원의 경우 모집정원을 지난해에 비해 2배로 늘리고 수억 원을 들여 강의실과 식당, 기숙사 등을 리모델링했다”면서 “하지만 개강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지난해 모집인원의 절반도 못 채워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귀띔했다.
○ 2013 대입, 정시모집 기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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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합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모의고사 점수를 토대로 합격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골라 적극 지원하는 게 좋다”면서 “단, 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정시도 염두에 두고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입시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