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17일 대구지방검찰청이 수사 착수를 선언한 이후 채 1개월도 흐르지 않아서다. 선수 2명을 포함해 4명이 입건되는데 그쳤다. 이를 지켜보면서 ‘프로야구는 역시 조작이 쉽지 않았다’, ‘시범경기 개막 전에 사태가 일단락돼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승패 자체를 조작하는 게 아니었던 데다, 수사를 통해 밝혀낸 혐의자가 적었다. ‘볼넷 하나 주는 게 무슨 문제가 되며, 하더라도 안 걸리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처벌 강화, 암행 감찰, 인성 교육 등 대책이 쏟아졌으나 중요한 것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인식이다.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죄의식이 마비돼 있어서는 백약이 무효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는 59명의 현역 선수가 기소되는 미증유의 사태로 번졌다. 그럼에도 얼마 전 한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승부조작 가담으로 제명된 최성국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나도 그 상황이었으면 실수하지 않는다고 장담 못 한다”고 해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명백한 범죄행위를 ‘실수’로 치부하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 자리 잡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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