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는 3일 예체능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첫날을 보냈다.
입학식 및 개학식 바로 다음 날이어서 수요조사가 안 됐기 때문인지 ‘맛보기 강좌’ 형식의 임시수업을 개설한 학교가 많았다. 학원가는 토요 종일반을 새로 만들거나 늘리면서 활기가 넘쳤다.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주5일 수업제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면서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부 학교 ‘맛보기 강좌’만
축구를 신청한 학생 19명은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패스와 슛을 연습했다. 체육관에서는 35명이 줄넘기와 농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구 북구 북중학교에서는 학생 40여 명이 프로축구팀 대구 FC 선수 4명과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이들은 30분가량 연습하고 4개 팀으로 나눠 축구경기를 했다. 이 학교는 대구시무형문화재 2호인 날뫼북춤, 기타, 댄스 수업 등 11가지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교생(580명)의 40% 정도가 참여했다.
시행 초기인 만큼 일부 학교에서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 신현초교와 중화초교, 성동구 동명초교는 방과후학교가 아닌 맛보기 강좌 형태로 수업을 만들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지 못해 방과후학교 강좌를 확정할 수 없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중고교는 아예 수업이 개설되지 않은 곳도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경 살펴본 중랑구 상봉중학교는 체육관과 도서관의 문이 잠겨 있었다. 교무실과 행정실 역시 비어 있었다.
도서관과 운동장만 개방한 마포구의 B중학교에는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학교를 찾는 학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심을 먹던 이 학교 2학년생 3명은 “어제 개학은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당분간 토요일은 쉴 거라고 했다.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서 공짜로 모의 강의를 한다길래 구경하러 와봤다”고 말했다.
○ 초중생 논술반… 고교생 주말반…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주변에서는 이날 셔틀버스가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토요일 오전의 학원가가 학생들로 꽉 찼기 때문.
목동 H학원은 이달부터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영수 단과강좌를 강화했다. 특목고 입시를 노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해 토요 집중 강좌도 새로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수학 과학 선행학습과 심화논술을 중심으로 수업시간표가 빡빡하다.
영어전문학원들도 토요수업 확대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의 C어학원은 초등학생이 수강하는 강의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운영한다. 서울 마포구의 P어학원은 초등학생 강의를 오후 9시까지 열어 놨다.
서울 노원구의 S어학원 강사는 “거의 모든 학원이 토요일 수업을 늘리면서 강사들에게 토요일 6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학원들이 침체돼 있었는데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