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과 협업 나선 ‘마르니’ 카스티글리오니 디렉터
H&M 제공
‘프렌치 시크’를 자랑하는 까다로운 파리지엔들도 이 유명 디자이너들이 H&M을 위해 디자인한 작품들을 손에 넣기 위해 기꺼이 체면을 버렸다. 이 컬렉션이 처음 판매되는 날에는 파리 시내 주요 매장마다 주요 아이템을 손에 넣기 위한 경쟁이 빚어졌다. 탈의실이 붐비자 매장 한구석에서 바지를 갈아입는 ‘대담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을 정도다. 기자도 그때 ‘득템’한, 소매와 허리 부분에 하트 모양 버클이 달린 ‘빅토&롤프 for H&M’ 바바리코트를 아직도 즐겨 입고 있다.
2004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 라거펠트로부터 시작된 H&M과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조우는 로베르토 카발리, 레이 가와쿠보, 콤데가르송, 매슈 윌리엄슨, 지미 추, 소니아 리키엘, 랑방, 베르사체 등으로 매년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는 대담한 프린트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와 손을 잡았다. 1994년에 론칭한 마르니는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콘수엘로 카스티글리오니(사진)가 디자인을 맡고 있고, 그의 남편인 지아니가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딸 카롤리나는 스페셜 프로젝트 매니저 겸 가상스토어 디렉터로 재직하고 있으고 아들 조반니는 리테일을 담당하는 전형적인 가족 기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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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급 브랜드가 대중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는 게 다소 망설여지지는 않았나요.
H&M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고, 더욱 젊고 더욱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응했어요. 전 ‘서프라이즈’한,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좋아해요. 어떤 영역에 국한되는 걸 정말 싫어하고요. 마르니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주는 반(反)독재적인 브랜드입니다.
마르니를 입는 여성은 강박적이기보다는 편안한 성격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H&M표 마르니 컬렉션에서도 이 브랜드 특유의 대담성과 여유로운 태도가 묻어났다.
8일 ‘마르니 at H&M’을 선보이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마르니’의 콘수엘로 카스티글리오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왼쪽)와 H&M의 마가레타 반 덴 보슈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가운데)가 두 브랜드의 특성을 살린 새 컬렉션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H&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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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위한 아이템으로는 저지 소재 소매가 달린 오버코트, 프린트가 강렬한 셔츠와 반바지의 조합 등을 추천하고 싶어요. 하지만 감히 모든 아이템이 ‘키 아이템’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체적으로 ‘유쾌함’을 큰 테마로 삼았습니다.
H&M과 함께한 이번 작품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매우 흥분되는 도전이었고 결과에 만족합니다. 장인정신과 완벽주의로 유명한 마르니의 요구를 H&M 측이 많이 충족시켜 줬어요. H&M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하는 아이템들이지만 마르니 오리지널 컬렉션을 만들 때와 똑같은 공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마르니는 한 가족이 모두 경영과 디자인에 참여한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가족이 함께 일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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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
저를 둘러싼 모든 것! 자연, 예술, 책…. 삶의 모든 요소가 영감을 줍니다. 제 본능과 직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죠.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