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인들이 권력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갖는 유형무형의 특권 때문이다. 이런 특권에서 비롯되는 권력 중독증은 엄청난 금단현상도 수반한다. 금단현상의 첫 증상은 걸려온 전화를 스스로 받을 때 느끼는 처량함이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수행비서가 다 받아주었는데 이젠 스스로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자신을 초라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금단증상은 심리적으로 도저히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공황상태를 초래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정치인은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후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 거의 모든 종교를 섭렵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수님도 부처님도 성모 마리아도 정치인은 외면하는 모양인지 금단증세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신과 치료를 자청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자신의 금단현상에 대해 적극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처한 셈이다. 낙선자 대다수는 이런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다. 물론 이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한철 장사인 정치 브로커들도 먹고살겠지만 친지나 가족들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에 처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가족을 망치고 국민에게 해를 끼치고 국가를 파탄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정치를 정말 봉사하는 직분으로 생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많은 유럽 국가처럼 의원들이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울상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비례해서 지역 대표성의 필요성이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구를 광역화해 그 수를 대폭 줄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역구가 광역화되면 지역 관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정책으로 승부하려는 상황이 정착돼 지역 관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는 돼야 정치가 괴롭게 되고 정말 봉사하려는 이들만이 하는 분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지역구 수를 줄이는 것이 곧 자신들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자세부터 버려야 가능하겠지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