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작품 ‘베토벤’(실크스크린 1987년). 동아일보DB
부흐빈더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3인방으로 불리는 외르크 데무스, 파울 바두라스코다, 프리드리히 굴다의 정통성을 계승한 적자(嫡子)로 꼽힌다. 음악평론가 박제성 씨는 “부흐빈더는 현역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오스트리아적인 베토벤을 연주하는 유일한 연주자”라며 “농밀한 터치와 청아한 음색, 악구마다 생기와 표정이 넘치면서도 구조적으로 완벽한 베토벤을 들려준다”고 평했다. 한-오스트리아 수교 12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는 부흐빈더를 e메일로 만나보았다.》
이번 공연에서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과 6번을 연주한다. 그는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라서 고른 것은 아니다. 연주하는 모든 곡은 나에게 똑같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선호하는 작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러면 사람들이 내가 그 곡만 연주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개혁가이자 혁명가인 베토벤의 소나타를 있는 그대로 즐겨주길 바랄 뿐이다.”
그는 악보를 출판하는 과정에서 출판사들이 행하는 자의적 첨삭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베토벤이 알았더라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을 더하거나 뺀 악보들이 많다. 오늘날 연주자들이 작곡가가 쓴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한오문화&테크놀로지 교류협회 제공
“스튜디오 환경은 자연스럽지가 않다. 실제 콘서트에서는 다채로운 감정의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관객들이 기침을 하거나 바스락거려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더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는 연주가 없는 날 집에서 책을 보거나 아내와 와인 한잔하면서 영화를 즐기는 일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악보뿐만 아니라 도서 초판본과 영화 DVD, 싱글 몰트위스키도 수집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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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7만∼15만 원. 02-3675-8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