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 부산경남취재본부장
2010년 지방선거에선 야권단일 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가 ‘위장 무소속’이라고 공격하자 “절대 당적을 안 가진다”며 표를 얻었다. 언약도 잠시, 그는 취임 일 년이 지날 무렵부터 ‘민주당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흘리기 시작했다. 결국 도지사 당선의 일등공신이자 야권연대 주축이었던 통합진보당(옛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14일 김 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19대 총선 야권연대에 찬물을 끼얹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와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다. 민주당 입당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입당 시기를 놓고도 저울질이 심했다. 지난해 말엔 “내년 민주당 새 지도부가 구성된 직후”라고 했다가 얼마 뒤엔 “설을 쇤 뒤”로 바꿨다. 최근에는 “입당 시기와 절차는 민주당에 일임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16일 입당설이 유력하다. 나 홀로 입당이든, 박원순 서울시장과 동반 입당이든 예정된 수순이라면 언론과 술래잡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현직 도지사가, 중도사퇴를 전제로 대선 움직임에 적극 나선다면 많은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총선 이후 상황을 봐가며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야권)의 요구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경남도정은 대통령을 꿈꾼 ‘매우 정치적인 도지사’ 3명이 18년째 이끌고 있다. 마침 모두 김 씨다. 김혁규 전 도지사는 2003년 12월 임기 도중 자리를 내놓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하지만 ‘포스트 노무현’은커녕 총리의 꿈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견제 때문이었다. 김태호 전 도지사 역시 3선 도전을 포기하고 이명박 대통령 이후를 엿보려다 총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야권의 맹공에 본인의 내공도 부족한 탓이었다. 이들의 진퇴와 부침(浮沈)에 따라 경남도정은 요동쳤다.
김 지사는 4년 전 탈당과 이번 복당, 경남지역 야권연대의 진로, 대선 참여 여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제라도 경남도민에게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 내일을 점치기 어렵다는 말로 피해가선 안된다. 그동안 김 지사의 업무처리 방식이나 어법(語法)을 두고 ‘물에 물탄 듯하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한 김 지사의 처신을 보면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감췄으나 꼬리는 드러난 모습)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숨길 수 없는 일을 ‘천기(天機)’나 되는 것처럼 여긴다면 심각한 판단 착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