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필립모리스가 최근 자사의 대표 담배제품인 말보로(사진), 팔리아멘트, 라크, 버지니아슬림의 제품가격을 200원 인상하면서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필립모리스,말보르 등 4개 제품 값 올려
원자재값 상승 이유…추가수익 1300억 추정
비싼 국산 잎담배 쓰는 KT&G 값은 그대로
요즘 흡연자들의 심기가 극도로 불편하다.
금연을 강요하는 시대에 흡연자로 살아가는 것만도 버거운 판에,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고 담뱃값마저 올랐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불가피한 인상이란다.
여기서 잠시 수치를 보자. 담배가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전체=1000)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8.5는 소비자 물가품목 중 20위나 된다.돼지고기(24위), 쌀(35위), 우유(38위), 빵(50위)보다 순위가 높다. 전문가들은 2500원짜리 담배 한 값이 200원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0272%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흡연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3750억원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시장 점유율이 17%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다 할 수 없다.
문제는 인상 뒤에 감추어진 ‘꼼수’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상 제품의 매출구성비를 보면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 매출의 99%였음을 알 수 있다. 99%에 달하는 제품 가격을 인상해 놓고 ‘부분적 인상’이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꼼수인상’을 통해 한국필립모리스가 얻을 추가이익은 1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인상 이유로 든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도 명분이 약하다.
우리나라 담배기업 KT&G의 경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통해 극복하겠다며 담배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KT&G는 국산 잎담배를 전량 구매해 사용한다.
반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수입 잎담배를 사용한다. 국산 잎담배는 수입 잎담배보다 2∼3배가량 비싸다. 전량 수입 잎담배에 의존하는 한국필립모리스가 국산 잎담배를 사용하는 KT&G보다 원가 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최근 3년간 국내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둬왔다.
국내 담배 관계자들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을 하는 것은 결국 외국 본사로 보내는 배당금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꼼수’의 피해는 고스란히 정직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