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굴업도 지킴이, 그 섬에 스러지다

입력 | 2012-02-13 03:00:00

환경운동가 이승기씨 생태탐사중 실족사망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를 촬영했다며 어린이처럼 해맑게 미소 짓던 순수한 분이었어요.”

대학생 시절부터 30여 년간 환경운동을 펼쳐온 50대 환경운동가가 탐사 활동에 나섰다가 숨졌다. 12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52·사진)이 11일 오후 1시경 회원들과 함께 옹진군 굴업도 토끼섬에서 산호를 촬영하다 바위에서 실족해 바다에 빠져 숨졌다. 1년에 수일간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산호를 사진으로 찍어 굴업도의 생태 가치를 알리려다가 변을 당한 것.

1979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한국녹색회가 설립된 1981년부터 이 단체에서 활동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항공사에 수개월 다니다 그만둔 뒤 이 단체에서 상근직으로 활동하며 동강살리기운동과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 지정 운동을 주도했다.

2003년에는 전국적으로 들어서는 대형 풍력발전소의 산림 파괴 등을 알렸고 2006년부터 CJ그룹 계열사인 C&I레저산업㈜이 굴업도에 추진하는 관광단지개발사업 반대 운동에 나섰다. 검은머리물떼새와 천연기념물인 황새, 먹구렁이 등이 서식하는 것을 알리며 굴업도 보존에 매달려 왔다. 평소 동료들에게 “굴업도가 내 무덤이 될지라도 끝까지 지키겠다”며 남다른 애착을 보인 고인의 말이 결국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