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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 자살 후 한 달만에 만난 친구들은…

입력 | 2012-02-08 03:00:00

■ ‘자살 파문’ 이후… 대구 D중학교 개학하던 날
그 교실에 다시 해맑은 대화가 오갔다




지난해 12월 대구중학생 자살사건이 일어난 대구 D중학교 학생들이 7일 개학해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개학에 맞춰 학교폭력추방캠페인을 펼친 대구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앞으로 1주일간 캠페인을 벌인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다들 관심을 가지니까 우리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없을 것 같아요.”

7일 오전 8시경 대구 수성구 욱수동 D중학교에서 만난 정수진 양(14·중2)은 “친구들끼리 서로 장난치고 재미있게 놀던 그때로 돌아온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1학년 신정윤 군(13)은 “사건 이후 선생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이 가까워졌다”고 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12월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A 군(14)의 모교. 슬픔에 잠겼던 이 학교가 사건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시작한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이날 대구시교육청과 D중은 정문 앞에서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펼쳤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이 학교 교사 50여 명, 학부모 학생대표 등 100여 명이 나섰다. 이들은 앞으로 1주일간 캠페인을 펼친다.

우 교육감은 “전시성 행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A 군이 다녔던 2학년 교실 복도. 한 달여 만에 만난 A 군의 같은 반 친구들이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며 해맑은 표정으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A 군과 같은 반인 전종현 군(14)은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학교폭력)를 그만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괜찮은데”라며 “A 군과 가해학생 2명의 책상도 치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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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과 초등학교 때부터 잘 알고 지낸 1년 선배 김흥경 군(15·중3)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우리는 이미 문제를 발견해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우리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를 잘 해결해 다른 학교에서도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자녀의 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도 생겼다. 중1, 3학년 남매가 이 학교에 다니는 최순분 씨(44·여)는 “지난달 초 아이들의 같은 반 친구와 어머니 등이 함께 당일 코스로 여행을 다녀왔다”며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아진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앞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담임교사가 학생들과 캠핑을 가거나 공연 등을 보러 갈 경우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은 3월부터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일주일에 1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 예정이다.

D중 서교현 교감은 “올해는 교사와 학생이 더 친밀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학생을 잃는 슬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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