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래판 체질… 벙커샷은 최경주와 붙어볼 만 ㅎㅎ”24년 경력… 69타가 베스트… 한때 350야드 넘나들어… 거리 줄인 후 타수도 줄어‘불국단’멤버 운동 빨리 배워… 역시 스포츠는 서로 통해
천하장사의 ‘고무래 벙커샷’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최근 한 스크린골프업체의 CF를 찍었다. 벙커샷을 고민하는 콘셉트로 광고에 출연한 그는 실제로는 벙커샷의 귀재로 통한다. 이 교수가 고무래로 벙커샷을 하고 있는 CF의 한 장면. 골프존 제공
전국을 호령하던 왕년의 천하장사가 자신의 텃밭에서 애타게 절규한다. 최근 채널A 인기 예능 프로그램 ‘불멸의 국가대표’(불국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만기 인제대 교수(49)가 한 스크린골프업체의 CF 모델로 출연해 내뱉는 푸념이다. 광고처럼 이 교수는 실제 라운드에서도 벙커에 빠지면 좌절할 때가 많을까. 단번에 손사래를 친다. “모래판에서만 20년을 살았습니다. 모래가 저를 잘 따라주죠. 벙커 귀신이에요.”
이 교수는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 등 눈부신 성적을 거둔 씨름 실력만큼이나 필드에서도 고수다. “은퇴 3년 전인 1988년 울산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골프를 시작했어요. 요즘 핸디캡 5 정도 놓습니다.” 씨름 전성기 때 이름에 빗대 ‘만 가지 기술’이 있었다는 그가 골프에도 다양한 재주를 지닌 셈이다.
싱글 핸디캐퍼인 이 교수의 베스트 스코어는 경남 창원시 용원CC에서 기록한 69타. 그린 주변 벙커에 빠지면 56도 샌드웨지를 빼드는데 핀에 가깝게 붙여 파로 마무리할 때가 많다고 한다. “발만 담가 봐도 모래의 성질이 확 들어옵니다. 딱딱하면 평소보다 채를 세워서 공을 칩니다. 부드러울 때는 그 반대죠. 완도 해변에서 벙커샷을 익혔다는 최경주 프로와 맞붙어도 벙커에서는 밀리지 않을 자신 있어요, 허허.”
처음에는 변변한 레슨 없이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이 교수는 183cm에 100kg이 넘는 거구다. “이만기가 골프 친다니까 다들 얼마나 멀리 치나 보자는 말이 많았죠. 멀리 보내야만 되는 줄 알았어요. 실제로 350야드를 넘나들었어요.”
하지만 거리를 너무 의식해 손해를 볼 때가 많았다. 정확성이 떨어져 스코어가 들쭉날쭉했다. “드라이버는 쇼더라고요. 힘을 빼고 거리를 줄이니 타수가 줄더군요. 티칭프로 자격증(2006년 USGTF)을 딴 뒤에는 스윙의 원리를 제대로 알게 됐어요.”
롱게임보다는 쇼트게임이 장기라는 이 교수는 “오랜 세월 샅바를 잡다 보니 손 감각이 있어 어프로치, 퍼팅을 잘한다. 그래도 이글을 30번 넘게 할 만큼 거리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골프는 미는 근육을 쓰고 씨름은 당기는 근육을 쓴다는 큰 차이가 있어도 서로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게 그의 얘기. “골프와 씨름은 개인 종목이고 멘털 스포츠입니다.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고요. 골프에서 헤드업을 해선 안 되듯 씨름에서도 자세를 낮추고 시선을 아래로 고정해 몸을 상대에게 밀착해야 합니다.”
불국단에서 맏형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교수는 “이봉주(마라톤), 양준혁(야구), 김동성(쇼트트랙), 우지원(농구) 등 출연자들이 각자 분야는 달라도 어떤 운동이든 빨리 습득하고 있다. 역시 스포츠에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