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폼생폼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셀프 이코노미족’이 늘어나면서 적은 비용을 들여 스스로 멋을 낼 수 있는 DIY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6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아카데미에서 열린 ‘크리스털 주얼리 DIY’ 강좌에서 강사 박경애 씨(오른쪽)가 회원들에게 목걸이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문 씨와 같은 ‘셀프 이코노미족(族)’이 늘어나고 있다. 불황과 고물가 시대에 가계 부채를 줄이려는 가정이 늘어나는 반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폼생폼사’ 욕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여윳돈이 적어 웬만한 자기관리는 스스로 하는 이들이 셀프 이코노미족이다.
○ “외모관리 포기 못해”
비싼 전문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는 대신 본인이 적은 비용으로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설문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지난 1년간 미용실·헬스장·마사지 등 자기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줄였다’고 응답한 사람이 54.2%였다. 이 중 38.5%가 비용의 10∼20%를, 21.3%가 20∼30%를 줄였다.
이들은 주로 집에서 운동을 하거나(64.2%) 염색, 커트 등 머리 손질(50.0%)을 직접 했고 자동차 세차와 수리(40.4%), 피부 관리(36.2%), 구두 닦기(33.1%), 손톱 관리(32.7%·이상 복수응답 가능) 등을 스스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염색약 매출 900%↑
셀프 이코노미족이 늘어나다 보니 저렴한 자기관리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L미용실은 최근 문 닫는 시간을 오후 9시에서 11시로 늦췄다. 파마와 염색 등 비싼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1년 전보다 20% 줄자 귀가시간이 늦은 직장인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조정한 것.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A손톱관리숍 직원은 “손님이 작년보다 15∼20% 줄었다”고 전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 돼 가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서비스 비용을 아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며 “이에 따라 ‘자생’ ‘자발’ ‘자족’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