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윳돈 없어도 폼생폼사… 나는 ‘셀프 이코노미族’이다”

입력 | 2012-02-07 03:00:00


불황과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폼생폼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셀프 이코노미족’이 늘어나면서 적은 비용을 들여 스스로 멋을 낼 수 있는 DIY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6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아카데미에서 열린 ‘크리스털 주얼리 DIY’ 강좌에서 강사 박경애 씨(오른쪽)가 회원들에게 목걸이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직장인 문지현 씨(29·여)는 출근할 때 1개에 995원짜리 네스프레소 캡슐로 커피를 만들어 텀블러에 담아 나간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보다 약 26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염색은 미용실을 가는 대신 대형마트에서 1만5000원짜리 염색약을 사서 직접 했다. 파마도 하지 않고 헤어세팅기로 머리를 매만진다. 그는 한 달에 15만 원짜리 헬스장에 가는 대신 3만 원짜리 요가 매트와 요가 비디오 세트를 이용한다. 12회에 60만 원이 드는 마사지숍에 발길을 끊은 대신 홈쇼핑에서 산 마스크팩을 붙이고 손톱 정리도 알아서 한다. 얼마 전 뽑은 새 차도 손세차를 맡기는 대신 주말에 직접 닦는다. 이렇게 그는 36만 원 이상을 절약했다.

문 씨와 같은 ‘셀프 이코노미족(族)’이 늘어나고 있다. 불황과 고물가 시대에 가계 부채를 줄이려는 가정이 늘어나는 반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폼생폼사’ 욕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여윳돈이 적어 웬만한 자기관리는 스스로 하는 이들이 셀프 이코노미족이다.

○ “외모관리 포기 못해”

SK마케팅앤컴퍼니의 설문조사집단 틸리언패널 20∼40대 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윳돈이 줄더라도 ‘폼’을 포기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다수였다. 전체 응답자의 83.3%가 ‘외모나 건강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여윳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나 61.8%는 ‘돈이 부족해도 외모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에서 이런 성향(72.0%)이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80.4%는 ‘돈이 부족해도 웰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싼 전문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는 대신 본인이 적은 비용으로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설문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지난 1년간 미용실·헬스장·마사지 등 자기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줄였다’고 응답한 사람이 54.2%였다. 이 중 38.5%가 비용의 10∼20%를, 21.3%가 20∼30%를 줄였다.

이들은 주로 집에서 운동을 하거나(64.2%) 염색, 커트 등 머리 손질(50.0%)을 직접 했고 자동차 세차와 수리(40.4%), 피부 관리(36.2%), 구두 닦기(33.1%), 손톱 관리(32.7%·이상 복수응답 가능) 등을 스스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염색약 매출 900%↑

셀프 이코노미족이 늘어나다 보니 저렴한 자기관리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L미용실은 최근 문 닫는 시간을 오후 9시에서 11시로 늦췄다. 파마와 염색 등 비싼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1년 전보다 20% 줄자 귀가시간이 늦은 직장인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조정한 것.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A손톱관리숍 직원은 “손님이 작년보다 15∼20% 줄었다”고 전했다.

유통업체에서 ‘셀프형 상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지난해 롯데마트에서 컬러염색약의 매출은 2010년보다 934.2% 급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새치용 염색약 매출이 17.2% 늘어난 걸 감안하면 직접 염색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두용품은 매출이 26.5% 늘었고 자동차 청소용품은 126.5%, 헬스기구는 56.6% 늘었다. 최근 3개월간 이마트에서 머리를 펴는 스트레이트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매니큐어는 25.7% 매출이 증가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 돼 가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서비스 비용을 아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며 “이에 따라 ‘자생’ ‘자발’ ‘자족’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