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음의 심리학/마리안 라프랑스 지음·윤영삼 옮김/388쪽·1만5000원·중앙북스
의도적인 웃음이지만 더 환하게 웃는 종업원이 훨씬 많은 팁을 받고(왼쪽), 성적으로 ‘밝히는’ 남성은 평소에 잘 웃지 않다가도 잠재적인 성적 파트너라고 생각되면 환하게 웃는다(가운데). 저자가 프랑스 특유의 미소라고 평가한 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웃는 모습. 중앙북스 제공
누군가가 웃음을 보이면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웃음을 짓는다. 시무룩한 기분을 거두게 되고, 사과를 받아들이고, 자신감이 솟아나기도 하며,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낯선 사람의 웃음이 이럴진대 연인의 웃음이라면 말로 다 표현할 수나 있을까.
미국 예일대 교수이자 실험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사람들이 통상 ‘윤활유’ 정도로만 생각하는 웃음에 천착했다. 무엇이 우리를 웃게 만드는지, 웃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낱낱이 살핀 것이다.
의도한 웃음과 진짜 웃음의 경우 움직이는 얼굴 근육이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프랑스 생리학자 뒤센 드 블로뉴는 전기 자극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진짜 웃음을 지을 때만 눈 주위 근육이 입 주위 근육과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진짜 웃음에는 ‘뒤센 웃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의도적으로 웃으려 할 때는 입 주위 근육만 움직인다.
웃음을 대하는 남녀의 해석을 알고 나면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하는 탄성이 나온다. 남자들은 여자의 웃음을 유혹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자들은 남자의 성적 욕구에서 우러나는 웃음을 성적 관심이 아닌 친절이나 격려하는 행동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이 웃는 여자들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거듭 입증됐다. 저자는 “여자들의 미소는 사회적 성 역할을 잘 따른다는 신호를 남성들에게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남자는 남성 호르몬이 많을수록 잘 웃지 않는다. 또 남자는 여자의 진짜 미소와 사교적 미소를 구분하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취업면접에서 성희롱을 당할 때조차 미소를 짓는다. 물론 즐거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쓴웃음을 지으며 화를 참는 것이다.
웃음은 식당 종업원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험에서 환하게 웃음을 지은 종업원이 훨씬 많은 팁을 받았다. 사교적 웃음도 이렇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배우들도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흔히 낯선 사람을 보고 잘 웃는다고 생각하지만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 사람들은 이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역시 낯선 이들에게 잘 웃지 않는 프랑스인들은 낯선 사람에게 잘 웃는 미국인의 습관을 세상물정 모르는 부르주아적 행동으로 폄하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웃는 모습을 보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며 “적절한 웃음은 어떠한 상황도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