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에 고무신 신고… 부산시청앞 1인시위…
부산 기장군 오규석 군수(54·사진)는 집념과 기행의 군수로 통한다. 하루 일하는 시간은 16시간을 넘는다. 대부분 군민의 말을 듣고 민생현장을 돌아다니며 챙기는 시간이다. 복장은 항상 작업복 차림이다. 이러다 보니 손과 발, 귀는 동상에 걸렸다. 발목과 배는 살갗이 부르터 딱지가 더덕더덕 생겼다.
1995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30대에 초대 민선군수에 당선된 오 군수는 2010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12년 만에 돌아왔다. 취임 일성은 현장과 투명행정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365일 민원을 잠재우지 않는 군수실(일명 야간군수실)’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4시간 동안 시간이 없는 군민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오전 5시부터 시작된 일과는 오후 11시에야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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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 군수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그는 최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기장읍 만화리와 일광면 용천리 일원에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부산시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오죽 절박했으면 군수가 나섰겠느냐”며 “더 이상 골프장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시에서는 “중재하고 조정해야 할 군수가 반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돈키호테’라고 비꼬기도 한다. 그는 또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국책사업인 신고리원전∼경남 북부지역 간 765kV 송전선로 철탑건설 허가도 내 주지 않고 있다. 주민 합의가 없다는 게 불허 이유다. 법원이 최근 “송전선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기장군은 10일부터 하루 500만 원을 한전에 지급하라”고 결정을 내리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이런 행보가 ‘정치적 야심을 위한 것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군 살림 하나도 버거운데…”라며 너털웃음으로 대신했다. 한 모임 자리에서 YS에게 “군수가 대통령보다 중요하다”고 하니까 YS가 “너, 내하고 맞먹으려고 하지”라고 웃어넘겼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의 집무실에는 YS가 써 준 ‘浩然之氣(호연지기)’ 액자, 기장 출신 정치인 고 박순천 여사와 고 박태준 전 총리의 사진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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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