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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성회비는 어떻게 하나” 국공립대, 줄소송-파산 공포

입력 | 2012-01-30 03:00:00

■ “학생에 반환” 판결 파장




기성회비를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에 국공립대는 추가 소송이 잇따를까 우려했다. 1심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4223명에게 10만 원씩을 8개 대학이 반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최종심에서 확정이 돼도 대학들이 부담할 액수는 4억 원 남짓이다.

문제는 전국 52개 국공립대 졸업생 전원이 기성회비 전액에 대해 반환 소송을 낼 경우다. 10년의 소멸시효를 감안하더라도 195만여 명에게 10조 원이 넘는 돈을 돌려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소송이 대학원생까지 확대되면 금액은 더 커진다.

○ 국고 보조 없이는 불가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등이다. 이들 대학은 당장 올 1학기 기성회비 징수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종전대로 기성회비를 거두면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1심 판결의 취지대로 기성회비를 걷지 못하면 여기서 충당하던 예산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전남대 관계자는 “곧 간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다른 국립대와 함께 정부에 재정 확충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대의 경우 이번 소송의 원고가 1185명으로 가장 많다. 이 대학의 최평 기획처장은 “기성회비가 사라지면 일반 사업 추진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게 국립대의 현실”이라며 “학생들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하는 한편 조만간 다른 지역 국공립대가 참여하는 회의를 마련하고 정부에 국고 보조금 확대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국공립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국공립대가 낮은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대학 전체 재원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대책 없이 부인하는 판결은 문을 닫으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국공립대의 총학생회는 한국대학생연합의 기성회비 반환 및 폐지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여남훈 경상대 총학생회장은 “대학들이 1심 판결 결과에 항소할 계획이기 때문에 총학생회도 맞대응할 부분을 착실하게 준비할 것”이라며 “앞으로 졸업생을 포함한 2차 소송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학생들, 얼마나 돌려받나

학생들이 얼마나 돌려받을지도 관심사다. “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문이 명시한 만큼 지금까지 걷은 기성회비를 모두 돌려줘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안에서 기성회비 전체를 돌려줘야 하는지, 취지에 어긋나게 사용된 부분만 돌려줘야 하는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소송에서는 대학이 기성회비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래 취지대로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이 인정되면 학생들이 돌려받을 금액은 수십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번 소송에서 학생들은 “기성회비가 교직원 임금 인상 등에 부당하게 사용됐지만 액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어서 일단 1인당 10만 원을 돌려 달라”고 청구해 승소했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국공립대 8개 대학 및 국가. 서울대 관계자는 “국공립대를 감독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즉각 항소할 것으로 알고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 기성회비 반환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 부분은 기각하고, 대학에만 반환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에 교과부는 “항소할 계획이 없다”고 29일 밝혔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정평은 “항소심에서는 1인당 10만 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밝혀 적절한 반환액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이 내는 기성회비는 대학 및 재학 시기에 따라, 또 단과대별로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대는 평균 550만9000원, 서울시립대는 393만5000원이었다. 4년간 대학을 다닌다고 치면 1인당 2000만 원 안팎인 셈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기성회비 ::

대학이 재정난을 겪던 1963년 정부가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워 학부모로부터 수업료와 입학금 이외의 명목으로 받도록 훈령을 만들었다. 당시 초중고교의 육성회비와 같다. 사립대는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으나 국공립대는 여전히 기성회비가 등록금의 85%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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