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경제부 기자
25일 정치 테마주 주가 움직임도 비슷했다. 안 원장이 귀국길에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안철수 테마주는 폭락하고, 박근혜와 문재인 테마주는 상승세를 탔다. 안 원장의 발언이 자신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로 곤두박질친 반면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 EG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바른손, S&T모터스 등은 기세 좋게 올랐다.
정치 테마주가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밝힌 시점부터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수십 차례 하는 동안 금융당국의 경고는 먹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과거 주가 조작에 개입한 작전세력조차 정치 테마주에 대해선 고개를 흔든다. 2000년대 중반까지 작전세력에 몸담았다는 A 씨는 “작전주도 실제 기업 실적이 좋아질 만한 테마(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 기준대로라면 정치 테마주는 테마주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특정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테마주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치 테마주를 테마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당국의 조사는 당연하지만 효과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변동성이 큰 장세, 풍부한 유동성 등 테마주가 준동할 환경은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내 돈으로 투자한다는데 조사는 무슨 조사”라며 오히려 금융당국을 탓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작전 경험이 있는 B 씨는 “적은 종잣돈으로 하루 종일 주식에 매달리는 무직자가 족히 100만 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 테마주에 뛰어드는 부나방들이 있는 한 테마주 근절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투자는 본인 책임하에 한다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테마주는 잠시 주가가 오르더라도 결국은 폭락하면서 끝났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은우 경제부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