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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보고싶다” 천상친구와 카톡 남긴채… 친구따라 투신한 대전 여고생

입력 | 2012-01-18 03:00:00

‘자책성 문자’ 17건 남겨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D여고 P 양(17)은 친구 S 양이 자살하면서 상실감과 죽음을 막지 못한 자책감에 40일 넘게 시달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P 양은 S 양의 같은 반 반장 친구로 S 양 자살 직전 친구들의 괴롭힘과 관련해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주선했다. 연이은 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한 D여고는 공황 상태에 빠졌고 교육당국은 민감한 여고생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채널A 영상] 죄책감에 따라 자살한 대전 여고생의 ‘하늘로 보낸 문자’

○ 투신 직전 유서 성격 메모 전달


P 양은 16일 오전 집에 “학교에 간다”고 말하고 나간 뒤 담임교사에게는 “감기가 심하다”며 학교에 가지 않았다. 오전의 행적은 묘연하지만 오후에는 학원에 갔다가 4시경 나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때부터 오후 6시까지 평소 친하게 지냈던 J 양 등 친구 2명과 만났고, 헤어질 때 “9시 이후에 읽어 보라”며 쪽지를 전달했다. ‘나 먼저 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들이 P 양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P 양은 30분 후 인근 C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P 양 부모는 딸이 지난해 12월 2일 친구 S 양이 숨진 뒤 자책감이 심해지자 심리상담도 받게 하고 공부 환경을 바꿔주기 위해 12월 말 타 지역의 기숙학원에 들여보냈다. 하지만 잠을 자다 가위에 눌리고 꿈에 S 양까지 보이자 “도저히 공부를 못하겠다”며 하루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P 양은 S 양이 숨진 날 그와 문자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S 양이 자신을 소원하게 대한다고 지목했던 학우들을 험담한 사실이 당사자들에게 알려져 항의까지 받게 되자 사과한 뒤에도 계속 괴로워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방문해 심리상담을 요청한 P 양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3차례 대전시교육청 산하 Wee(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서비스)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중이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 숨진 친구와 카톡으로 ‘천상(天上)대화’


S 양이 숨진 뒤 P 양이 S 양에게 보낸 카카오톡(카톡·스마트폰 메신저) 메시지에는 목숨을 끊은 친구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다. P 양은 지난해 12월 7일 오후 8시 48분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12일까지 모두 17차례의 메시지를 ‘천상의 친구’에게 날려 보냈다.

“S야 눈 왔었어.”(9일 오후 3시 27분)

“위에서 보고 있었지? 위에서 보면 더 이쁘겠당.”(9일 오후 3시 28분)

답이 없는 메시지는 곁에 있는 친구와의 대화로 변해가고 있었다.

“낼 시험이당.”

“아 진짜 공부 안 해서 어쩌지ㅠㅠ.”

“나 응원해조!!ㅎㅎ.”(12일 오후 10시 43분)

한 번은 답장이 왔다. 딸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던 S 양의 어머니가 보다 못해 보낸 글이었다.

“P야, 공부 열심히 하렴. S도 눈 오는 거 좋아했는데 보고 싶어 할 거야.”(9일 오후 10시 36분)

자식을 떠나보낸 P 양의 부모도 딸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17일 “딸을 자살이 아닌 자퇴나 전학으로 처리해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빈소를 차리지 않고 발인은 17일 진행하되 시간과 장소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

○ D여고는 공황 상태


17일 오전 D여고는 두 학생의 죽음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방과후 학습을 위해 등굣길에 오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어붙어 있었고 학교 측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한 대책회의에 분주했다.

S 양 자살 이후 경찰의 ‘왕따’ 조사는 3번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일방적인 왕따는 없었다”는 결론이 난 뒤 S 양 유족의 재조사 요구로 이달 3∼6일 2차 조사가 시작되면서 학교는 크게 동요했다. 경찰은 S 양 유족이 왕따 가해자로 지목했거나 S 양과 친분이 깊었다고 지목한 학우 등 12명을 조사했다. 학교 관계자는 “P 양은 조사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하다가 마지막 날인 6일 조사에 응했다”고 전했다. 여경이 학교 도서실로 찾아오면 학부모와 같이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 받는 학생들은 자신들에 대한 누리꾼의 인터넷 신상털기까지 겹쳐 불안감과 자괴감을 호소했다. 이달 9∼13일에는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우에 대해 전화로 당시의 정황을 묻는 3번째 조사가 이뤄졌다. 17일 학교의 방과후 학습에는 조사 대상자 11명(12명 가운데 P 양 제외) 가운데 6명이 불참했다.

S 양 유족의 문제 제기로 왕따 수사를 벌여온 대전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조사를 벌였지만 유족이 제기한 일방적인 왕따와 가혹행위 폭력행위 갈취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만간 유족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여고 관계자는 “S 양 유족 일부가 학교에서 왕따가 자행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바람에 경찰 조사가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정신적 압박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