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귀국 즉시 수사 응하고 책임 있는 행동 뒤따라야”박희태 의장직 중도 사퇴땐 백두진-박준규 이어 3번째
현재 해외순방 중인 박 의장은 18일 귀국 후 검찰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법적인 책임과는 별개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박 의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로 시간만 끌 경우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여권 전체가 ‘돈봉투 쓰나미’에 떠밀려가며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하다”면서 “박 의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보고서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올라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의장 측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돈봉투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박 의장도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의장은 최근 주변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미국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의 명언을 인용하며 자신의 심경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8대를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날 예정이었던 박 의장으로선 명예로운 퇴진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사퇴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 조사 등 사법적인 절차에서는 돈봉투 의혹을 강하게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 측은 내심 “최악의 경우 법정까지 간다고 해도 돈봉투 의혹이 결국 입증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자진 사퇴를 하더라도 돈봉투 의혹 시인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가 5월 말인 박 의장이 자진사퇴하면 1979년 10·26사태 이후 백두진 의장이, 1993년 재산공개와 관련해서 박준규 의장이 사퇴한 것에 이어 헌정사상 3번째다. 국회법 16조에는 “의장 또는 부의장이 궐위된 때에는 지체 없이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회 안팎에선 벌써 박 의장의 사퇴를 전제로 다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장 하마평까지 나오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