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노점상들이 말하는 ‘관리회사’의 갈취 실태
12일 오후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 속에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이 길거리에서 곶감을 팔고 있다. 이곳 영세상인들은 수년간 남대문시장관리회사 직원들에게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뜯겨온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액세서리 노점상 김모 씨(56·여)는 경비원 말이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그동안 ‘벼룩이 간 빼 먹히듯’ 관리비와 청소비를 비롯해 각종 경조사비 등을 빼앗긴 기억 탓이다. 괜한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경비원들의 결혼식이나 아들 돌잔치는 물론이고 장인상 등 시시콜콜한 경조사까지 챙겨야 한다”고 했다.
남대문시장관리회사가 노점상들에게 수억 원을 뜯어오다 11일 경찰에 적발된 데서 보듯 노점상인들은 관리회사의 손쉬운 갈취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명절 ‘떡값’과 일수 이자까지 내면서 한 달 순수입의 절반 정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경찰 단속 덕인지 이날 오전에는 노점상을 괴롭히는 경비원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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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경기도 나빠 시장 분위기마저 흉흉해지면서 노점상들의 어깨는 더 처져 있다. 점포 상인들은 노점상들이 자신들의 손님을 빼앗는다며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근에는 노점상과 점포상인 간에 싸움도 잦다고 한다. 의류상가를 운영하는 최모 씨(56·여)는 “호황일 때 하루 300만 원씩 올렸던 매출이 최근 30만 원으로 줄었다”며 “그나마 경비들이라도 관리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상가가 노점상으로 넘쳐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