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5회 국수전… 백 112는 실착

○ 조한승 9단 ● 원성진 9단
도전자 결정전 2국 ５보(98∼115)

조한승 9단은 흑의 포위망 안에서 백 98을 놓는다. 제자리걸음 같은 수다. 돌이 서로 끊겨 접전이 불가피한 지금, 더 빨리 더 멀리 움직여야 할 것 같지만 소걸음처럼 느리게 둔 이 수에서 오히려 힘이 느껴진다. 그 덕에 백 102까지 연결하며 수를 늘린다.

원성진 9단은 고민 끝에 흑 103으로 물러선다. 흑 103 대신 참고 1도처럼 흑 1, 3으로 상변을 살리려고 하면 백 4, 6을 선수하고 백 8, 10으로 둔 뒤 백 12로 흑을 끊어간다. 끊긴 흑 대마 중 하나가 잡히게 돼 곤란하다.

백 108로 흑 대마를 확실하게 잡았다. 상변이 집이 되면서 백의 우세가 굳어졌다. 백이 마음을 놓아서일까. 바로 다음에 완착이 나온다. 흑은 109, 111로 집을 지어가면서 백 대마를 노려본다. 이때 백 112가 실착. 참고 2도처럼 백 1로 둘 곳. 백 3까지 백이 쉽게 수습할 수 있다. 더불어 중앙도 두터워져 약간의 집도 기대할 수 있다.

원 9단은 본능적으로 때가 왔다고 느낀다. 흑 113이 급소. 이어 흑 115로 막아서자 백 대마의 안위가 급해졌다. 흑에게 기회가 온 듯한 분위기. 백은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장면에서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과연 백의 활로는 있는 것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윤양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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