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 공연 ‘마이크’ ★★★
‘마이크’는 다장르 융합을 내세운 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무대였지만 그 중심이라 할 춤이 공연을 이끌지는 못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무용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예술과 교류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장르가 동등한 입장에서 조화로운 배치를 이룩하겠다는, 이 공연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인 안애순의 강한 예술적 의지로 이해했다.
60분간 기교와 감정이 극도로 절제된, 마치 인형이 추는 것 같은 춤이 이어졌다. 공중에 매달린 마이크를 어루만지면서 대화를 나누는 예효승은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잘 표현했다. 거대한 빌딩 숲 같기도 하고, 노래방 또는 마이크 그 자체인 것 같은 회색 빛 공간과 채도를 낮춘 원색의 의상이 조화로웠다. 음악감독 성기완과 가수 남상아가 대중음악을 모티브로 왜곡되고 분절된 소리를 주고받는 장면은 공연의 절정이었다. 이에 비해 천장에서 일순간 떨어진 60여 개의 마이크, 그 속에 나타난 은빛 우주복에 펜싱마스크를 쓴 김정선의 한국 춤사위는 피날레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모든 장르와 요소의 조화로운 배치를 추구했지만 주체격인 춤이 극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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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의 예술로 인식되고 있는 다원예술 공연을 볼 때마다 비빔밥이 생각난다. 이번에도 비비기는 했으나 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다채로운 나물 맛에 혀는 잠깐 즐거웠으나 포만감이 없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