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국회의원에게 징역 1년을 확정한 이상훈 대법관에 대해 인신공격과 인터넷상의 ‘신상 털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 씨를 지지하는 일부 누리꾼은 이 대법관의 주소와 가족의 신원을 공개하며 “대한민국 땅에서 숨 쉬고 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협박성 글까지 올렸다.
법원의 판결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은 판결의 논리적 적절성을 따지는 것이어야지,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을 공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법관의 독립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한다. 판사의 주소와 그 가족의 신원을 공개하고 협박하는 행위는 사법부 독립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의 사생활을 들춰내고 위협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에 해당한다.
정 씨가 진행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던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꼼수’는 대법원 선고가 내려지기 전 “이 대법관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무죄 선고를 압박했다. ‘나꼼수’는 이 대법관이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의 주심이었다는 이유로 ‘개념(있는) 법관’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더니 정 씨에 대한 유죄 확정 이후 이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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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에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과도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정 씨는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선거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는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범죄 행위다.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