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방문 당시 배추장사를 하고 있던 강계화 할머니(71)에게 청와대 시계를 풀어주며 “이것 차고 ‘미소(美少)금융’에 가 보시라”고 했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사람들에게 무보증 무담보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서민금융이다.
1년 3개월이 지난 이달 16일, 영하의 날씨에 시장 한쪽에서 철제 드럼통에 나무판자를 넣어 불을 피우고 있는 강 할머니를 만났다.
그는 이 대통령 말대로 미소금융에서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강 할머니는 “보증인도 없이 대출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너무 감사하다 ”고 말했다.
대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강 할머니는 매달 원리금 14만 원씩을 갚고 있다. 500만 원을 빌릴 땐 고마웠지만 빚 갚을 일만 남은 지금 할머니에게 월 14만 원은 큰 부담이다.
강 할머니는 10월 원래 살고 있던 구리 수택동 월세방에서 나와 시장 안 가게에서 할아버지와 쪽잠을 자는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월세를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었다.
미소금융은 강 할머니의 생활고를 잠깐 덜어줬지만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진 못했다. ‘가난의 굴레’가 여전히 할머니를 옥죄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