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동굴계 위에 자리잡은 다희연의 아침 안개가 신비롭다. 제주=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 원시림의 선물
제주는 차밭의 최적지다. 비가 잘 빠지면서도 습도조절이 잘돼야 하는 모순된 조건을 화산 지형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다희연은 여기에 또 한 가지 특별한 자연의 혜택을 입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윗밤오름에 부닥친 뒤 방향을 틀면서 곶자왈(밀림과 돌이 뒤엉킨 지역)과 용암동굴을 형성했는데, 바로 그 위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차밭이 된 땅은 처음엔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원시림이었다. “6개월간 제주를 열 바퀴 돌며 찾아냈지만, 차밭을 만들기 불가능해 보인 곳”이었다. 지금도 차밭 외곽 숲은 한 발도 들이밀기 어려울만큼 넝쿨과 나무, 바위들로 빈틈이 없다. 차밭 기초 지반을 다질 때 우연히 발견한 동굴 2곳은 당시의 원시림 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화산에서 분출된 묽은 용암과 진한 용암이 뒤엉켜 만든 기묘한 동굴 속에 생태계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현재 거문오름의 용암동굴은 만장굴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다희연의 동굴은, 여인의 한복 치맛자락 밑으로 살짝 드러난 버선처럼 거문오름의 신비를 보여주는 귀중한 선물이다. 이 ‘동굴의 다원’에서 한국 녹차의 희망이 자라고 있다.
○ 3다(多) 제주에 3무(無)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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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연의 최고 자랑은 자연과 자유입니다. 번잡한 관광에 찌들었다가도 다희연에 오시면 신기하게도 표정이 환해지시거든요.” 김충원 대리(31)는 자연이 자유로울 때 비로소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말했다.
제주=최수묵 기자 mook@donga.com
▼ “차를 마실 땐 사랑과 행복을 생각하세요” ▼
■ 다희연 박영순 회장의 茶예찬
“한약재에는 각각 수많은 성분이 있는데, 여러 약재를 섞어 처방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죠. 그런데 녹차만은 매우 특별한 성분을 가득 함유하고 있는 거예요. ‘나홀로’도 충분히 약이 되는 유일한 식물인 셈이지요. 바로 카테킨이라는 건데, 잎 100g당 10∼20g이나 들어 있어요. 동서고금을 통 틀어 이렇게 많은 카테킨을 함유한 식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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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수십만 원짜리 다구를 놓고 절차도 복잡하게 차를 마시는데, 그건 차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이에요. 차를 마실 때 가장 중요한 건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이타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박 회장은 차를 세 번에 나눠 마신다고 했다. 자연에 한 번,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한 번,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한 번씩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차밭을 일군 것은 결국 남편인 주영돈 회장의 유지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갈수록 세상이 이해타산과 이기주의로 치닫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을 고인이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농약이나 비료를 썼겠지요. 그러나 차다운 차,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는 진정한 녹차를 만들기 위해 그런 유혹들을 뿌리쳤어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의 용암동굴계에 위치한 다희연은 당근과 생선으로 액비를 만들고 지하암반수를 육각수로 만들어 쓰는 정성 덕에 10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유기농대회에서 공식 견학코스로 선정됐다. 그녀의 꿈은 한국 전통 녹차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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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오름이 빚은 동굴의 다원 ‘茶談’ ▼
옷깃만 스쳐도 석주 등이 훼손되기 때문에 만장굴을 제외한 대부분이 출입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희연에는 이 거문오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차밭을 만들 때 발견한 2개의 동굴이 화산분출 과정에서 형성된 지질과 식생을 모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희연은 이 동굴을 훼손하지 않고 다원으로 만들어 원시의 자연 속에서 녹차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규정상 60m 이상의 동굴은 자연보존지역이지만 다희원의 ‘다담’ 동굴은 40m여서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거문오름이 만들어낸 용암협곡은 1년에 한 번 한 달간만 개방되는데 그 코스도 거문오름∼윗밤오름∼다희연으로 이어진다.
제주=서영수 기자 ku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