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2011년의 감동 김우수… 서영남…
김 씨는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번 월 70만 원의 수입으로 어린이재단 아이들을 후원했다. 그는 뼛속까지 외로웠다. 결혼한 적도 없고 휴대전화에는 단 하나의 문자메시지도 없었다. 보육원에서 자라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그는 나쁜 길로 빠져들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겪은 상처와 고통을 ‘남을 돕는 일’로 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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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에게 나눔의 의미를 물었다. “하루는 낯선 분께 전화가 왔어요. 유황 먹인 오리를 좋아해서 몇 마리 사다먹었는데, 오리 뼈가 남았으니 가져가서 끓여드리라는 것이었어요. 뼈에 살도 많이 붙어 있고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 뼈라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냉동실에 얼려두었으니 가져가라는 겁니다.” 서 씨는 그 사람은 나눔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나눔이란 자기의 귀한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필요 없는 것을 나누는 것은 나눔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시조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보다 앞서 저술한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본성에는 자기에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데도 타인의 이익에 관심을 두는 성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눔을 본성의 차원으로 다루기엔 사회 분위기가 심상찮다. 미국에서는 상위 1%에 대한 99%의 불만이 ‘월가 점령시위’로 나타났고 우리나라에선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으로 상징되는 ‘복지논쟁’이 뜨거웠다. 분배와 복지는 나눔의 정치적 표현이다.
자발적 나눔이 시장경제 살린다
나눔은 빈부격차와 사회갈등을 완화시켜 공동체를 존속시킨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미국의 거부들이 “내게 세금을 더 걷으라”고 한 것도 나누지 않으면 시장경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깔고 있다. ‘재정 강화를 바라는 애국적 백만장자 모임’의 대변인 찰리 핑크가 이를 ‘계몽된 이기심’이라고 표현한 것은 정곡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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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