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한국외국어대 사범대 교수 한국교육평가학회장
그러나 학교의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해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과 절대평가의 실시로 지금과는 다른 교육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다시 등장해 교육력 제고라는 목표가 훼손될 수도 있고, 대학에서 변별력 없는 고교 내신 성적을 신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이 모두 변별력이 낮은데 도대체 대학은 어떤 기준과 근거로 학생을 뽑는지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의 선발기준 자체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특목고의 내신 불이익이 줄어들면 특정 상위권 대학에서 특목고 출신 학생 비율이 증가할 것이며, 이는 특목고 진학을 위한 경쟁과 사교육비의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학교정보공시제, 입학사정관제, 고교와 대학 간의 입시 연계 강화 등 교육의 책무성 제고와 대학 입시 선진화 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이 같은 우려를 당장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의 학생 평가는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내신 성적의 산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돕고 학교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더 설득력을 지닌다. 이제는 학생 평가가 서열화를 위한 그릇된 선발적 관점에서 벗어나 교수 및 학습과정을 개선하고 학생의 학습을 돕는다는 교육적 관점에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절대평가 실시에 따른 학생 평가의 교육적 기능 강화와 학생 평가 결과에 대한 타당성 및 공정성 제고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의 학생 평가에 대한 의식 개혁이 앞서야 가능하다. 의식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한 제도의 개혁은 또 다른 문제와 모순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정책으로 학교 교육의 주체들이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돕는 학생 평가의 본질적 가치를 올바로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학교 교육의 질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신영 한국외국어대 사범대 교수 한국교육평가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