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와는 상관없는 콘서트란 말을 유행시킨 것은 2001년 ‘과학 콘서트’를 쓴 정재승 KAIST 교수다. 정 교수는 이 책을 4개의 장 대신에 4개의 악장으로 나누고 각각 비바체 몰토(vivace molto·매우 빠르고 경쾌하게) 안단테(Andante·느리게) 등의 연주 지시어를 제목으로 달았다. 현대 과학이론을 음악 감상하듯 편안히 읽도록 풀어 쓴 책이다. ‘과학 콘서트’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출판계에서 너도나도 책에 콘서트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이 단어는 2000년대의 유행어가 됐다.
▷토크 콘서트는 음악이 아니라 말로 하는 콘서트다. 미국에는 토크 쇼는 있어도 토크 콘서트는 없다. 토크 쇼와 토크 콘서트의 차이를 ‘개그 콘서트’의 ‘애정남’에게 물어본다면 “돈만 밝히면 토크 쇼”라고 말할지 모른다. 자칭 토크 콘서트의 원조라는 연예인 김제동이 2009년 시작한 ‘노브레이크’는 입장료가 7만 원이 넘는다. 토크 쇼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다. 안철수 교수는 올해 5∼9월 전국을 돌며 청년들을 상대로 예정된 강연을 나 홀로 강연보다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골의사’ 박경철 씨와 함께 청춘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런 것이 진짜 토크 콘서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