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차별화, 양극화’ 어쩌면 이것은 지금 세계 금융위기의 뿌리인 동시에 그 위기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유럽 재정위기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불균형에 유럽 자체의 역내 불균형까지 겹치면서 탄생한 일급 난치병이다. 이런 종류의 질환을 고치려면 과도한 부채 대국들의 생산성이 올라가 빚 규모가 줄고 그 결과 각국 간 불균형이 개선돼야만 한다. 또한 그러기에 앞서 지금의 부실국가들은 하루빨리 부실을 털고 깨끗해진 대차대조표(재무상태)로 새 출발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부실을 인식하고 장부를 ‘클린화’하는 데는 채권국들의 희생(부채탕감)이 반드시 필요하고 채무국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이 모든 과정은 실제로 쉽지 않아 시간이 꽤 걸릴 과제다.
이런 관점에서 유럽위기와 연관된 자산시장의 전략적 시사점은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위기수습이 겉도는 동안 상황은 더욱 ‘불균형, 차별화, 양극화’로 치달을 수 있다. 가령 유럽 문제가 큰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상대적으로 체력이 강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폭 둔화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경상수지 적자 폭 개선속도보다 더딜 가능성이 높다. 재정수지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정작 위기의 근원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은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이 위기 때문에 풀린 통화는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고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위험을 잉태한다. 그간 뿌려진 넘치는 통화는 잠복해 있다가 우선 상대적으로 거시건전성이 높고 실물체력이 좋은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갈 것인데 그 결과 신용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굳어진다. 그리고 고여 있던 자본은 이따금 투기적 성향으로 돌변해 특정자산을 집중 공격할 게 분명하다.
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부사장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