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쇄신안 놓고 파열음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할 것”이라며 내년 2월 재창당을 골자로 한 1차 쇄신안을 내놨다. 그는 “무책임하게 대안 없이 그만두면 당의 대혼란을 초래한다”며 일각의 즉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자신이 당 쇄신 작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홍 대표가 끝까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당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역 의원 전원의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자기희생적이고 과감한 인재 영입을 추진하겠다”며 “전략 지역은 ‘나가수’ 방식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고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도 적극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은 일체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과 조직활동에 대해 전원 재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외 인사로 재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부적격자를 걸러내 공천심사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국회의 예산안 처리 직후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당헌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 黃원내대표도 洪대표에 부정적 ▼
현 당헌 당규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는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6개월로 줄이면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 대선주자들이 총선 전부터 당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를 위해 곧 ‘재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라는 것.
홍 대표는 아울러 “당의 정강·정책노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고 사회정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당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정책쇄신기획단’도 발족하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추진하는 신당 세력 등 범보수 세력과의 합당 또는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과 노선 및 정책이 같거나 함께할 수 있는 세력을 총결집해 범여권의 대동단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전날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당 쇄신안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조만간 당 쇄신 방향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국면 이후 어제 의총, 오늘 쇄신안을 보면서 당이 죽는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당 쇄신 문제에 대해 장고하고 있지만 다음 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감당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당 구성원들에게 대안을 내달라고 하겠다”며 “나갈 때가 되면 내 발로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홍준표 대표가 내놓은 쇄신안 주요 내용 ::
② 당헌당규 개정해 당권-대권 분리 조항 완화
③ 현역 의원 전원, 공천 전에 재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