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증 장애’ 오진아 기업은행 카드지원팀 계장
오진아 기업은행 카드지원팀 계장(왼쪽)은 “말과 표현이 서툰 자폐아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제공
오진아 기업은행 카드지원팀 계장(31)은 ‘왜소증 장애’를 앓아 키가 118cm에 불과하지만 경기 안양의 한 복지관에서 자폐아를 위한 계절학교 선생님을 맡는 등 장애아동을 보살피며 삶의 기쁨을 찾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입행한 오 계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기 때문에 봉사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럽다”며 “어렸을 때부터 ‘키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은 포기하고 열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해 보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1남 6녀 중 여섯째인 오 계장은 형제 중 유일하게 장애를 갖고 있다. 그의 긍정적인 태도는 다른 형제자매와 ‘똑같이’ 키운 어머니의 훈육 덕분에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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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계장은 고교와 대학 때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의 머리를 깎는 봉사활동을 했으며,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자폐아들을 돕기 시작했다. “처음 아이들과 같이 1주일간 여름캠프를 떠났을 때 무척 힘들었어요. 자폐아들은 낯가림이 심하고 신체 접촉을 싫어하기 때문에 손 한 번 잡아주기도 어렵고 어쩌다 그 아이들의 물건이라도 건드리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요. 하지만 성심성의껏 아이들을 보살폈더니 돌아올 때는 아이들이 간식을 제게 나눠주더라고요.”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 때 자폐아들을 데리고 기름 제거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안양에서 태안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버스에 타기 싫다는 아이, 장갑과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떼쓰는 아이 등 다른 봉사자들에게 폐만 끼치고 오지 않을까, 아이들이 눈 깜박하는 사이에 바다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별별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태안에 도착한 뒤 많은 봉사자들이 열심히 기름때를 닦아내는 모습을 보자 아이들이 달라졌다.
“일반인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서툰 말과 행동으로 돌을 닦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지금 이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자기들끼리 ‘누가 더 돌을 깨끗이 닦았나’ 비교도 하더군요. 봉사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과 얼싸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는 최근 농아인협회에서 수화를 배우고 청각장애아동들의 일일 도우미를 하고 있다. 앞으로 청각장애아동을 돌보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힘든 적이 없었다거나 제 운명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태도를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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