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홍대표 체제 유지
어두운 與 지도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오른쪽부터) 등 당 지도부가 의총 사회를 맡은 황영철 원내대변인(뒷모습)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영리한 준표 씨’ 이번에도 통할까
7일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한 뒤 열린 의원총회는 지난달 29일 의총을 빼닮았다. 의총이 시작되자 홍 대표가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지도부 퇴진 문제는 몇 사람의 목소리에 의존하지 말고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의견을 표명해 결정해야 한다. 오늘 시간이 모자라면 내일과 모레도 의총을 열어 결론을 내달라”며 자리를 떴다.
지난달 29일 의총에서 자신의 퇴진과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전면 등장을 ‘패키지’로 묶어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아낸 전략을 다시 한 번 활용한 셈이다. 다만 재신임 이후 같은 당 소속 최구식 의원 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란 돌발변수가 등장한 만큼 홍 대표는 그때보다 더 비장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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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그동안 준비해 온 20여 건의 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청와대와 아무런 교감 없이 당 대표가 거취 문제를 결정하겠느냐”면서 “거취 문제는 완전히 결론나지 않았지만 일단 쇄신안 발표로 간다. 혁명적인 쇄신안이다. 박 전 대표가 쇄신안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일단 재신임은 다시 받아냈지만…
홍 대표는 2007년 4월 상황을 ‘케이스 스터디’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한나라당의 4·25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강창희, 전여옥 두 최고위원은 동반 사퇴를 한 뒤 강재섭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1만 명이 넘는 당원이 나를 대표로 뽑아줬는데 무책임하게 그만둘 수 없다”며 버텼고, 대선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임기를 마쳤다.
홍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도 “나는 자리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당 대표가 됐을 때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말했지만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대표직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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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18명이 참석해 21명이 발언한 이날 의총에서 다수 의견에 따라 홍 대표는 재신임을 받았다.
○ 당내 혼란은 더 가중될 듯
홍 대표에 대한 ‘2차 재신임’이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해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한나라당의 최고의결집행기구인 최고위원회의의 멤버 9명 가운데 4명이 빠져나갔다. 그것도 선출직 2∼5위 최고위원이 모두 최고위원직이나 의원직을 사퇴했다. 홍 대표와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만 남은 상황에서 현 지도부가 당의 쇄신을 끌고 가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쇄신안을 추진하려면 수많은 당 안팎의 반발을 이겨내야 하는데 홍 대표 혼자 감당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전날 ‘당 해산 후 재창당’을 요구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의 측근 의원 10명이 홍 대표를 계속 흔들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이날 저녁 별도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사의 표명을 번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일부 친박계 인사는 차제에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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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홍 대표가 버티면 버틸수록 당내 갈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 의원의 탈당 움직임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