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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QR코드 찍으면 ‘동물의 사생활’이 좌르르

입력 | 2011-11-30 03:00:00

■ 스마트폰으로 과천 서울동물원 100배 즐기기




“아빠, 저 원숭이 중에 누가 엄마야? 쟤는 이름이 뭐야?”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찾은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 아이와 함께 동물을 구경하다 이런 돌발질문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인과 동물원에서 데이트하다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젠 ‘어떻게 얼버무려야 하나’ 걱정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꺼내 들면 된다. 서울동물원이 동물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관람창 앞에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를 붙여놨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안에서 놀고 있는 동물들의 사연이 궁금하다면 QR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보자.

29일 서울동물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유인원관 우리 20곳 관람창에는 동물 특성에 관한 정보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QR코드가 제작돼 붙어 있다.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의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게 한 것. 반응은 폭발적이다. 보름 만에 QR코드에 접속한 관람객 수가 700건을 넘어서며 아직 QR코드가 붙어 있지 않은 다른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서울동물원은 현재 시범운영 중인 스토리텔링 QR코드를 내년부터 전 동물사에 부착할 예정이다.

동물원을 처음 찾은 관람객이라도 QR코드에 담긴 동물 이야기만 읽으면 일일 가이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오랑우탄 무리에서 가장 머리가 뛰어난 천재 깍쟁이로 불리는 보라(추청 나이 9세)의 에피소드는 이미 사육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보라는 추운 겨울 난방을 위해 설치해 준 열등에 꼬챙이로 불장난을 하거나 꺼진 불을 살리기 위해 입김을 불어넣는 영특함을 드러냈다. 또 암컷인 보라가 평소에는 남자 사육사를 좋아하고 따르지만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여자 사육사가 먹이를 줄 때는 예쁜 짓을 해 ‘타협의 달인’으로 불린다는 사실은 관람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최근 서울동물원에 새로 생긴 침팬지타워를 신나게 오르내리는 침팬지 까미(1세)의 가족사도 흥미롭다. 까미의 아빠는 서울동물원의 베이비붐을 일으킨 용용이(추정 나이 15세)다. 용용이는 1997년 이후 서울동물원을 비롯해 국내 모든 동물원에서 침팬지가 태어나지 않아 다들 애를 태우던 2009년 ‘용한 일’을 해내 명성을 얻었다.

이 밖에도 미처 2세를 만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롤런드고릴라 고리롱의 아내 고리나(추정 나이 33세)의 사연과 생김새 때문에 종종 나이 많은 원숭이로 오해받는 브라자원숭이의 숨겨진 사연도 QR코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브라자원숭이가 묘한 이름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한 이들은 관람창에 스마트폰을 대기만 하면 프랑스 탐험가 피에르 드 브라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최신 스마트 기술을 응용해 관람객의 재미있는 동물원 관람을 돕기 위해 QR코드를 부착했다”며 “동물들의 숨겨진 사생활을 발굴해 이야기가 있는 동물원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