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한 ‘이태석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된 외과전문의 이재훈 씨(왼쪽)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외교통상부 제공
이곳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해온 외과전문의 이재훈 씨(44)는 주민들 사이에서 ‘부시먼 닥터’로 통한다. 의료시설이 전혀 없는 들판이나 숲 속에서 능숙하게 수술을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이 씨는 22일 외교통상부가 남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숨진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이태석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본보 9월 30일자 A2면 참조
정부 “이태석賞 만들어 빈국 봉사활동 지원”
이 씨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위장과 대장, 갑상샘 등 요즘 외과 의사로는 드물게 다양한 분야의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 활동을 하려면 여러 질병을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준비한 경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피부가 검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2000년 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르완다의 한 작은 병원에서 한 달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 절실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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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들이 외부인에 대해 갖는 두려움, 미신을 앞세운 이들의 진료 거부 등은 때로 이 씨의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혓바닥의 종양으로 길이 15cm의 혀를 늘어뜨린 채 제대로 먹거나 말하지도 못하는 6세 소년 마나히 군은 한국에서 수술을 받게 하려는 이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당의 반대에 부닥쳐 결국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그러나 이 씨의 진심을 알게 된 주민들은 이제 수십 km 떨어진 다른 지역에서도 며칠씩 걸어 진료를 받으러 온다. 이 씨는 “찾아갈 수 있는 무의촌 마을이 1년에 10곳 정도밖에 되지 않고 주변 마을 환자들이 찾아온다고 해도 2만 개의 마을을 다 가려면 200년이 필요하다. 나 같은 이동진료 의사가 100명만 있다면 이곳 사람들도 2년에 한 번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뜻있는 의사 동료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고 이태석 신부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