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아주대 교수·재정학
상임위 거치며 선심성 예산 8조 증액
예산 배분의 경제논리는 국민 전체의 공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산의 기회비용은 세금이다. 세금이 곧 예산이지만 실제로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은 예산액보다 크다. 세금으로 인해 국민이 일하려는 의욕을 어느 정도 잃게 되고 그만큼 국가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렇게 비싼 비용을 치르고 확보된 예산을 배분할 때는 공익이라는 엄격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예산 배분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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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책은 결국 정치적 결정이다. 정치생명이란 사익을 우선시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상임위의 증액된 예산 배분은 지극히 합리적 선택이다. 분명 공익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예산 배분이지만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정치구조는 민주주의의 한계다. 여당과 야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정치인들이 다른 관점에서 논쟁함으로써 공익에 더 근접할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러나 예산 배분에 있어서는 여야 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본인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없으므로 ‘나눠먹기’ 식으로 쉽게 타협한다.
국민들 예결위 심사 똑똑히 지켜봐야
상임위를 거치면서 증액된 예산은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특정 지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예산 배분의 주체인 국회의원은 공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사익을 우선시한다. 국회의원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고, 실제 예산이 배분되는 정치과정을 정확히 알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공익을 위한다는 믿음을 가지면 국민 감시의 끈이 느슨해진다. 국회의원의 사익 추구 행위를 공익으로 바꾸려면 국민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 상임위를 통해 증액된 사업을 건별로 수혜지역과 해당 국회의원을 연계해서 봐야 한다.
이제 공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졌다. 나무공과 쇠공은 재질이 다르지만 중력법칙으로 지상에 낙하하는 속도는 똑같다. 여야 국회의원의 국정운영 철학은 다르지만 사익 추구란 법칙에 따라 상임위를 거치면서 예산은 순조롭게 증액됐다. 이제 예결위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내년 예산을 깐깐하게 심사하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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