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권이 고졸 채용 확대, 청년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끊겨버린 ‘계층 이동 사다리’를 다시 잇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3년 임기를 마치고 24일 퇴임하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은행권에 던지는 마지막 조언이다. 신 회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권의 고졸 채용정책이 일종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일자리 창출뿐”이라며 “고졸 인력에게 채용문호를 더 활짝 여는 일이야말로 수수료 인하보다 훨씬 바람직한 사회공헌이자, 이른바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사회의 비판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시 14회 출신인 신 회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낸 뒤 2008년 11월부터 22개 은행 및 금융공기업을 대표해 정부 및 금융당국과 금융정책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은행연합회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관료, 은행장, 은행연합회장 중 가장 힘들었던 자리가 바로 은행연합회장이었다”라며 “은행들은 ‘우리를 대표해야 할 사람인데도 관료 출신이라 정부 편을 든다’고 하고, 정부는 ‘우리 사정을 뻔히 아는 사람이 은행 편만 든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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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친정인 금융당국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히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두 지도는 은행 편에서 간섭받는 느낌이 들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는 “8월에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중단이 문제가 됐을 때도 문서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니 좀 자제해 달라’고 하면 될 것을 은행 임원들을 불러 모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비 0.6% 이내로 맞추라’고 주문하니 파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뉜 현 금융감독 체계의 개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이라는 게 항상 ‘어’ 다르고 ‘아’ 다르다”며 “은행의 관점에서 보면 금융위는 ‘아’라 하고 금감원은 ‘어’라고 해 혼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행시 3기 후배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내정자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신 회장은 “2000년대 초 재경부 공보관 때 진념 장관이 공석인 경제정책국장에 누구를 앉히면 좋겠느냐고 하기에 박병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를 추천한 적이 있다”며 “거시정책과 예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통한 인재라 은행연합회를 잘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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