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성 탈북시인
백주의 만행을 통해 천안함 주범의 실체를 거듭 확인한 우리의 많은 청년이 해병대 자원입대로 평화의 강국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또한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여론이 들고 일어나 퍼주기 정책에 항변하면서 김정일 정권의 포탄보다 더 무서운 민심의 위력을 과시했다.
연평도 피격을 계기로 생겨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북한 주민과 김정일 정권을 나누어 보는 대북의식이 확산된 것이다. 북한이라면 민족적 동정심으로만 애달프게 바라봤던 우리 국민이 비로소 그 내부의 선(善)과 악(惡)을 구분하는 눈과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정권과 주민의 분리가 아니었다. 그동안 민족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세뇌에서 깨어나 북한을 경계와 포용의 이중구조로 들여다보며 그 대상의 접근원칙을 국민 스스로가 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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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그 악의 집단과 공존하려는 세력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북한에는 오직 김정일 정권만 있고 주민은 전혀 없다. 그들은 민족과 평화의 가치를 외치면서도 정작 그 민족의 인권 유린 상황과 300만 대량 아사의 슬픈 평화에 대해서는 억지로 외면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악의 편이 된 줄도 모르고 있다. 김정일 정권을 자극한다며 북한인권법 통과를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천안함 폭침도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 민족 안에서 벌어지는 3대 세습 독재까지 그 체제의 사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게 김정일 정권과의 공존을 끝없이 주장하는 그들의 눈에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피격과 같은 남북 긴장과 대립의 공존은 보이지 않는다. 그 피의 사건들에 눈감고 거슬러 올라가 6·15선언만 줄곧 외우며 신뢰를 뒤로한 채 비이성적인 남북 화해와 번영만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남북한의 분단은 이념이나 체제의 대립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이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 주민을 동정하는 선과 김정일 정권과 한편인 악의 대립이 우리 사회까지 분열시키고 있다. 선이 착하기만 하면 절대 악을 이길 수가 없다. 그 살아있는 증인들이 바로 김정일 정권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이다. 그리고 천안함 폭침에 대해 인내했더니 연평도를 다시 공격한 악의 정체도 우리 모두가 확인한 진실이 아닌가. 이제는 북한의 악과 남한의 거짓을 향해 우리 국민이 침묵을 깨고 행동으로 진실을 보여줄 때다. 왜? 선할수록 강해야 하고 강해야 선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연평도 피격 사건이 남긴 교훈이고 부탁이기 때문이다.
장진성 탈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