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합병증 70대 할아버지의 고뇌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많이 주저했다. 수술이 겁나시나보다 생각하며 “발의 성한 부분이라도 보존하시려면 꼭 수술을 받으셔야 한다”고 다시 설득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한참 만에 주저하며 입을 뗀 김 할아버지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수술받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게 무섭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20여 년간 당뇨를 앓아왔다. 그러다 보니 심장이며 콩팥 등에 크고 작은 합병증이 생겨 여러 번 병원 신세를 졌다. 직장을 퇴직한 후에는 마땅한 수입이 없고 모아둔 돈도 없어서 지금껏 자식들이 병원비를 부담해 왔다고 한다. 여기에 다시 이번 수술비까지 얘기를 꺼내야 하니 할아버지로서는 자식들 볼 염치가 없다는 것이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나 가족들도 김 할아버지의 진료비 걱정에 동감하고 있다. 특히 진료비를 정부에서 100% 가까이 지원받는 저소득층보다 형편이 조금 나은 환자들이 진료비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얼마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의 1인당 의료비가 276만 원이었다. 2005년 154만 원에 비해 79.1% 늘었다. 사회 경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수명도 대폭 늘고 있다. 과거에는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암조차 조금씩 정복할 만큼 의술이 발달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의 조사결과를 보면 10년 이상 생존하는 암 환자 비율은 전체 암 환자의 51.1%라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도 환자들의 진료비 걱정은 줄어들지 않으니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진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 할아버지의 모습은 한평생 자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면서 변변한 노후 준비도 못한 전형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현실일 것이다. 할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을 나가는 김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로 표현 못할 씁쓸함을 느꼈다.
이진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