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경제부 기자
대부분의 고객은 설계사나 대리점을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다. 실제로 3월 말 현재 설계사 및 대리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 비중은 80.6%에 이른다. 19.1%가 지점을 통해 가입하지만 이런 고객도 대부분 직접 대면이 아니라 콜센터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형 손보사일수록 지점 보험가입률이 낮다. 3월 말 기준 삼성 현대 LIG 등 대형 손보사의 지점 보험가입률은 각각 6.8%, 0.2%, 1.2%에 불과하다.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가격도 대리점 및 설계사를 통해 일반보험에 가입할 때보다 17% 쌀 뿐이지 온라인으로 가입한 고객에 비해선 고작 2.5∼3.0% 낮은 수준이다. 3만 원 정도의 금액을 할인받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무소득자 사실증명원, 근로·사업소득 원천징수영수증 같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팀장은 “진정한 서민 우대상품이라면 가격이 저렴하고 소비자의 접근성이 용이해야 하는데 이 상품은 두 가지 조건 모두 엉망”이라며 “서민들에게 ‘3만 원 할인받자고 이렇게 까다롭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니 나는 정말 서민이구나’라는 자괴감만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나 대리점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없앴기 때문에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달리 말하면 이번 상품이 설계사와 대리점주들의 희생으로 마련됐다는 뜻이 된다. 보험 대리점이나 설계사는 고객을 모집하고 그 수수료를 급여로 받기 때문이다. 친서민 상품의 재원을 보험사가 아니라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계사의 희생으로 마련했다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손보업계의 ‘재탕’ 홍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달 16일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출시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는데도 최근 5명의 금융협회장은 수수료 인하를 공동 발표할 때 이 상품을 처음 공개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 이 상품이 서민들에게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는 손보업계 사람들이 더 잘 알 것 같다.
하정민 경제부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