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 무대’ 의기투합… “상상력 싱크로율 100%”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씨의 스카프로 짓궂은 장난을 치고 있는 연출가 조광화 씨(왼쪽). 두 사람은 무대 작업에선 둘도 없는 ‘솔 메이트’를 자처하지만 사진과 달리 일상에선 서로를 깍듯이 ‘선생’이라고 호칭하는 사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 세 무대는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인 조광화 씨(46)와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씨(44)의 환상 호흡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25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몽롱한 뇌를 갑자기 활발하게 만드는 각성제 같은 존재”(조광화)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함께 일할 맛 나는 사람”(정승호)이라고 평했다.
조 씨는 둘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동서양의 분위기가 조합된 기괴한 기계들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연극 ‘프랑켄슈타인’을 몇 년째 구상 중이었는데 2007년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압도적인 무대를 보게 된 거죠. ‘이걸 누가 만들었지? 이 사람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사람이 정 선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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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의 고집불통으로 유명한 조 씨도 정 씨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통념을 깨는 참신한 무대디자인이 ‘내 마음의 풍금’에 대한 호평의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조 씨는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상상력이 활발해지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싱크로율 100%’인 이심전심의 관계로 발전했다.
‘남한산성’ 무대의 백미로 꼽는 인형의 사용은 인조가 머리를 찧으며 절하는 청태종 홍타이지를 대형 인형으로 대체해 보자는 정 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조 씨가 이를 듣고 더 발전시켜 인형이 대거 등장하도록 대본을 수정했다.
‘됴화만발’에서 극 후반부 무대바닥이 뚜껑처럼 열리는 입체 무대는 두 사람의 합작품. 정 씨가 무대를 바닥에 띄워 보자고 아이디어를 내자 조 씨가 ‘상여’로 형상화할 것을 주문했고 등장인물이 무대의 구멍을 통해 들고나는 무대 개발로 이어졌다. 조 씨는 “아이디어가 탁구공처럼 오가면서 명확하고 선명하게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정 씨가 연극과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예대에 조 씨가 올해 초 극작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더 깊어졌다. 이번 학기에는 두 사람이 ‘연극제작실습’ 과목을 함께 맡아 가르친다. 학생들은 두 사람의 성을 따 과목명을 ‘조정 제작’으로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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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현재 차기작으로 ‘프랑켄슈타인’을 구상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 ‘됴화만발’은 이 작품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작품이다. 조 씨가 “내년 안에는 대본을 쓸 거다. ‘됴화만발’보다 스케일이 더 크고 굵직하게 갈 거다”라고 하자 정 씨는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