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측은 스킨케어 색조 보디케어 등 총 79개 품목으로 구성된 제품의 가격을 직장인들이 매일 쓰는 각종 비용에 빗대 소개했다. 마스크 시트는 버스·지하철 요금보다 싼 800원, 립글로스는 커피전문점의 브랜드 커피보다 저렴한 3900원, 한 달 이상 쓸 수 있는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은 웬만한 식당 점심 한 끼 가격인 8500원 등이다. 전 제품의 가격대는 800∼1만2500원으로 “고물가 시대를 사는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책정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통상 화장품 가격의 30∼35%는 매장 수수료, 임대 및 관리비 등을 포함한 유통마진이 차지한다. 한불 측은 전체 상품을 자체 온라인 쇼핑몰과 전화를 통해서만 판매하기로 하면서 이런 비용을 완전히 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인터넷을 통한 판매 채널은 올해 21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지난해 대비 1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화장품 시장 성장률 예측치(6.5%)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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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화장품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면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소비자들이 ‘비쌀수록 품질이 좋다’고 믿는 고정관념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불 측은 “저가 화장품은 품질이 나쁠 것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전 제품을 국내 공장에서 자체 생산한다”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으로 판매되는 제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업계에 가격 혁명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지금은 중견 브랜드로 성장한 ‘미샤’가 ‘3300원의 신화’를 테마로 저가 화장품을 들고 나왔다. 이어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브랜드숍’이라는 시장이 형성됐다. 이런 저가 화장품들도 기술 개발을 거듭하면서 기존의 저가 상품 선호 고객들뿐 아니라 수입화장품을 즐겨 쓰는 고객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각 업체는 주장한다.
지난달부터 ‘부담 없이 경험하고, 냉정하게 평가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미샤’는 이달 10일부터 한 달간 유명 수입화장품인 SK-Ⅱ의 에센스 공병을 가지고 오면 신제품인 ‘타임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무료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이 가격이 3.8배 정도 더 비싼 수입제품과 비교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