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4일 1933.21원 이후 52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국제유가 강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크게 오르면서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 실패한 유가대책, 입 닫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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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대안주유소 설립은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싼값에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우선 싼 기름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국제 석유제품 시장과 별 차이가 없어 공급물량 자체를 확보하지 못한 까닭이다. 지경부 일각에서는 “대안주유소는 경품, 세차비 등을 줄여 싼값에 기름을 파는 ‘알뜰 주유소’를 뜻하는데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며 발을 빼는 분위기도 있다.
환경 품질기준 완화까지 검토하며 추진했던 일본산 석유제품 수입도 현지 정유사가 올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충분한 공급을 못하고 있어 물량을 구하기가 어렵다. 고유가의 책임 소재를 따지겠다며 주유소의 회계장부까지 뒤지는 초강수를 뒀던 지경부는 이후 이렇다 할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유업계와 주유소 업계에서는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 이후 관료들이 과잉 충성을 하려다 정책에 대한 신뢰만 갉아먹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마지막 카드 ‘유류세 인하’ 왜 안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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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류세를 내리는 데에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정부가 실제로 이 카드를 꺼내들기까지는 상당한 고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18조 원이 넘을 정도로 부피가 큰 유류세는 석유제품 L당 세금을 50원만 낮추더라도 1조 원이 넘는 세수(稅收)가 줄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또 유류세 인하는 기름을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고급 대형차 운전자 등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에서조차 “근본적인 대책은 기름을 덜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