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두통에 책읽기 힘들고… 정면 못보고 곁눈질 일쑤점점 자신감 잃어가는 길남이의 문제는 뭘까?
이번에는 중간고사 도중 문제를 다 풀지 않고 교실을 나온 게 이유였다. 아들은 두통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부모는 공부가 하기 싫어 내세우는 핑계쯤으로 여겼다.
아들은 책 읽기에 30분 이상 집중하지 못했다. 심지어 띄어쓰기도 제대로 못했다. 자간을 떼지 못하고 글자를 겹쳐 쓰는 일이 잦아졌다. 사춘기 때문이라고 보기에 문제는 너무도 심각했다. 고교 1학년 박길남(가명·16·부산 금정구) 군의 2년 전 이야기다.
길남이는 사물을 볼 때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항상 곁눈질하듯 보았다.
아버지는 이것을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나쁜 심성이라고 생각했다. 더 감정이 복받쳤고, 아들은 아들대로 소심해져갔다.
길남이는 점점 자신감마저 잃어갔다. 길남이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눈 검사해보니 ‘양안시 이상’… 이젠 건강 찾았죠▼
‘양안시 이상.’
길남이처럼 양안시 이상을 겪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전체 굴절이상자 가운데 10∼20%가 양안시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본인만 모를 뿐이다. 농사를 짓는 김모 씨(41·충북 영동)도 비슷한 경우. 그는 청소년기부터 사물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는 버릇이 생겼다.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가 싫었고, 쌍안경을 보더라도 물체가 2개로 겹쳐 보였다. 날아오는 공은 잡을 생각도 못해 운동은 하지도 않았다. 최근엔 남들이 환성을 지르며 본다는 3차원(3D)입체영화를 왜 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각각의 눈 시력은 멀쩡하지만 두 눈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입체감을 느끼는 양안시에 이상이 있었던 것.
그를 검안한 이창하 다비치트레이닝센터 소장은 “김 씨는 첫눈에 보아도 양 눈의 쌍커풀이 크게 달랐다”고 말했다. 이것은 양 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양안시가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소장의 예측대로 김 씨는 심한 양안시 이상이었다.
비전트레이닝센터의 검사 결과 길남이는 책의 줄을 제대로 따라 읽지 못했다. 첫 줄 다음에 둘째 줄로 시선을 옮겨야 하는데, 서너 줄 밑으로 시선이 오락가락했다. 이 때문에 길남이는 책만 읽으면 피곤함을 느꼈던 것. 억지로 읽으려 해도 연필로 줄을 긋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최수묵 기자 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