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8계단 올라
기업환경 평가는 ‘규제 전봇대’를 얼마나 뽑았는가에 대한 성적표다. 세계은행이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전기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지부터 △창업 △투자자 보호 △건축 관련 인허가 등 10개 부문을 평가한 뒤 이를 합산한다.
우리나라의 순위가 높아진 것은 창업(60위→24위), 세금 납부(49위→38위) 부문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인터넷으로 집에서 창업할 수 있는 온라인 재택창업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전에는 창업하려면 도장가게부터 은행, 시군구청, 등기소, 세무서, 4대 보험 기관, 노동사무소 등 7개 기관을 직접 찾아야 했는데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도장가게와 노동사무소를 제외한 5곳은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덕분에 창업 소요기간이 14일에서 7일로 단축됐다. 세금 납부 절차가 편리해진 점도 인정받았다. 도시계획세가 재산세로 통합되는 등 지방세목이 간소화됐고 4대 사회보험료를 통합 징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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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업의 투명경영 분야는 79위(지난해 74위)로 순위가 오히려 떨어졌다. 지배주주가 계열사를 부당 지원할 때 소액주주가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지, 잘못된 경영진에 대해 주주들이 소송을 쉽게 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투자자보호지수’가 홍콩은 9점(10점 만점), 미국은 8.3점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3점에 머물렀다.
순위가 높으면 그만큼 기업 하긴 편리하지만 사업환경과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브릭스(BRICs) 국가 중 100위 안에 드는 건 중국(91위)뿐이다. 유 국장은 “브릭스처럼 자원이 풍부하고 내수시장이 큰 나라에는 규제가 세도 앞다퉈 전 세계 기업이 달려들지만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나라에는 규제 철폐가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