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른, 잔치는…’ 다시 펼쳐보면 무슨 생각 드나A : ‘내가 그때 미치지 않았나’ 싶어Q : 축구에세이도 내고… 축구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A : 헤어진 남친, 호나우두 닮아
1994년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고 노래했던 쉰 살의 시인은 이제 “서른은 푸르디푸른 나이며 시작하는 나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시인이 서른셋에 펴낸 첫 시집 ‘서른…’은 출간 두 달 만에 16만 부(현재까지 약 52만 부)가 팔리며 문단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뜨거웠던 1980년대의 투쟁 열기는 식었고, 대학가에는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었다. 도발적이고 직설적인 한 젊은 여성 시인의 시어들은 당시 ‘정서적 해빙기’를 맞은 사회적 분위기와도 합일했다. 하지만 아직 맥주보다 소주와 막걸리가 익숙하던 시절. 반발도 거셌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지금 시집을 펼쳐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라고 묻자 시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시집 출간 뒤 노동권으로부터 “운동권 문화를 청산하려 한다”며 많은 협박 전화를 받았다. “죽이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하지만 시인은 “오해였다”고 말했다.
“‘잔치는 끝났다’는 ‘운동이 끝났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파티가 끝났다’는 의미로 쓴 거예요. 서른 살 즈음에 저녁에 대학 동창회 모임이 잡혀 있었는데 그날 점심에 저녁 모임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것이죠.”
시인은 시를 쓰고, 시는 시인의 이미지를 만든다. ‘어젯밤 꿈 속에서 그대와 그것을 했다’(시 ‘꿈 속의 꿈’에서), ‘아아 컴퓨터와 ×할 수 있다면!’(시 ‘퍼스널 컴퓨터’에서) 등의 시가 만든 자극적인 이미지도 시인에게는 부담이었다.
“‘컴퓨터와 ×할 수 있다면’에서 ×는 섹스가 아니에요. 반대 의미로 쓴 일종의 반어법이고, 사실 컴퓨터에 대한 복수의 의미죠. 전 기계치인데 무슨, 컴퓨터와 섹스를 하고 싶겠어요?”
그의 시집 ‘서른…’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함께 서른의 감성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됐다. 이제 쉰 살이 된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서른이면 푸르디푸른 나이고 이제 시작하는 나이죠. 서른에 잔치가 끝나다니…. 지나고 보니 저에게는 마흔다섯 살 정도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던 것 같아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