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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Week]수습 첫단추 꿴 유럽금융위기, 이젠 ‘시간과의 싸움’

입력 | 2011-10-17 03:00:00


모든 재난사고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위기 해결 과정에서 유럽은 초기 대응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입장이 제각기 다르고 각국의 정치적 의사 결정 또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태 수습을 위한 첫 단추를 이제 막 채웠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둘러싼 개략적 합의가 그것이다. 세계 증시는 이를 일단 환영하고 안도랠리를 보이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금융 위기의 수습은 통상 세 단계를 거친다. 부실 인식과 부실 처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기 회복 단계다. 일이 더디면 부실 처리 비용도 비례해 증가한다. 신용등급 강등과 금리폭등, 이자가 또 이자비용을 부르는 상황, 외국인의 자금 이탈, 예금 인출, 금융시장 전체로의 부실 전염 등의 과정을 통해 비용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기 때문이다. 3년 전 미국도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가며 중앙은행이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한쪽에서는 은행을 구제하는 입체작전을 펼쳤다.

그런데 유럽은 빚쟁이 국가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부터 만만치 않은 장벽에 부닥쳤다. 당초 아일랜드, 포르투갈 문제가 터졌을 때 일을 서둘렀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성패의 관건은 각국이 손발을 얼마나 잘 맞춰 솜씨 있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행동은 없이 말만 장황하게 오간다면 감당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유럽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을 보는 관전 포인트는 바로 ‘행동의 속도’에 있다.

어쩌면 유럽 위기가 지금이 최고조 상황일 수도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달리 유럽은 파생상품이 없고 은닉된 부실도 적다. 일단 문제 국가들의 위험이 해결되면 그때부터는 민간이 사고를 친 경우(미국)보다 사태 해결이 빨라질 공산이 크다. 빠른 부실 처리를 전제로 할 때 올해 말쯤 유럽위기는 수면 아래로 잠길 수도 있다.

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부사장

만약 은행구제와 재정건전화 작업들이 올해 말까지 그저 답보상태에 머문다면 세계는 또 한 번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지금 계산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고 재원 마련에도 몇 배의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라도 위기의 정점은 내년 상반기 안에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4월에 만기도래하는 남유럽 5개국(PIIGS)의 국채가 약 2100억 유로나 되므로 문제 해결을 더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유럽 문제로 중국경제가 경착륙에 빠지고 전 세계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