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바라보는 일본의 심경이 복잡하다. 일본 언론은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으로 ‘악몽’에 한발 다가섰다”며 긴장하면서도 “한미 FTA로 인한 일본의 손실은 일부 산업에 국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14일 FTA 체결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35.3% 대 18.2%’로 표현했다. 이 수치는 양국의 무역총액에서 FTA가 발효된 국가 및 지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한국은 한미 FTA 포함)이다. 수출 라이벌인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거대시장과 FTA를 맺었지만 일본은 이들 국가 및 지역과의 실적이 전무하다. FTA로 한국 상품의 관세가 없어지면 수출 라이벌인 일본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물량이 많은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많다. 한국의 경우 FTA를 합의 또는 발효한 국가들의 자동차 보유량은 3510만 대로 일본(570만 대)의 6배가 넘는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손실은 한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자동차와 달리 정보기술(IT) 및 전기전자 산업은 이미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북중미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 오히려 미국에서 생산한 일본제품을 한국에 팔 수 있는 ‘기회’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요타자동차가 최근 한국에 수출하는 ‘캠리’의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승용차의 경우 관세가 2.5%에 불과해 한국이 얻게 될 관세철폐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관세철폐 시기도 5년 후부터여서 일본 업체들이 원가 절감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분석한다.
광고 로드중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