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국제부
벵가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던 2월 셈비시 씨는 중심부 자유 광장에서 잡지에 실릴 기사 원고를 받는다는 내용의 홍보 전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잡지를 발행하는 데 들어갈 비용도 모금했다. 10일도 안 돼 수십 건의 기고와 8쪽 분량의 잡지 2000부를 발행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했다. 시민들의 도움에 힘입어 얼마 뒤 6쪽을 시민기사로 채운 창간호가 세상에 나왔다.
자유를 찾은 벵가지에 시민들이 직접 발행하는 언론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고 CNN방송이 12일 전했다. 8개월 사이 독립신문이 무려 120여 개나 생겨났다. 기자의 80%는 기술자다. 리비아의 원유 정제업의 중심지인 벵가지에서 지식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제 관련 기술자들이기 때문이다.
카다피 집권시절 리비아에는 신문이 불과 5개 밖에 없었다. 모두가 카다피의 철저한 어용지였다. 하지만 독재 정권이 붕괴된 뒤 리비아 전역에서 신생 언론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제작이 상대적으로 쉬우며 상세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신문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리비아의 이 같은 모습은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억눌렸던 곳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생색내기용 어용언론 몇 개만 허용하고 있는 북한에도 언젠가 이 같은 ‘신문의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