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사회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민주당 이윤석 의원의 질의에 쩔쩔매며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이 의원은 이날 경찰청이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자 중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동료 간에 평가를 하도록 한 것에 큰 문제가 있다며 조 청장을 추궁했다. 이 의원은 “동료 간에 의심하고 점수를 매겨서 낙인찍는 제도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경찰청은 지난달 15일 업무 태도나 개인 신상에 문제가 있는 ‘관심직원’의 73%가 지구대나 파출소에 집중 배치돼 경찰 이미지 추락 등 부작용이 우려되니 부적격자를 가려내도록 지시했다. 파출소는 시민과 밀착돼 있는 ‘모세혈관’ 같은 경찰 조직이기 때문에 청렴성 유지를 위해 ‘문제 경찰관’을 솎아내겠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잘못을 시인했지만 한 달도 못 돼 폐기할 제도를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시행하려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조 청장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담당자에게 ‘내가 보고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겠느냐’고 묻자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 세부 내용까지 챙겨 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결재할 서류가 하루에만 수십 건인데 참모들이 귀띔을 하지 않는 한 일일이 챙겨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해명이었다.
공무원의 동료평가는 노무현 정부 때 상급자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가 인기투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폐지됐다. 동료 평가를 부활할 경우 이런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꼴찌 경찰관’을 전출시키는 민감한 인사 제도인데도 조 청장은 참모들 말만 듣고 추진한 것이다. 이 제도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동료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는 이유로 이 부서 저 부서로 쫓겨 다니는 경찰관도 적잖이 생길 것이다.
조 청장은 조직의 장이 결재하는 서류가 수만 명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악한 조건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땀 흘리는 일선 경찰관의 사기를 꺾는 게 경찰총수가 해야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